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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아, 그러니까……. 나랑 사귈래?”


낭랑 18세 여고생 정대만은 오늘로 정확히 10명에게 고백을 받았다. 정확히 수학여행 장기 자 
랑에서 원더걸스의 ‘이 바보’를 부른 다음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니, 사실 고백받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부른 게 맞기는 한데.


“미안하다. 나 너한테 관심 없거든.” 


“대만아……!”


대만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자리를 떴다. 얼굴선으로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를 
마구 헤집으며 으아악 냅다 소리를 내질렀다. 같은 반 여자애들에게 분명히 들었단 말이다. 장기 
자랑에서 원더걸스의 ‘이 바보’를 부르면 분명 고백을 받을 수 있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대만은 
냅다 장기 자랑을 신청했다. 장기 자랑에 나가게 됐다는 말을 듣고는 제 마음도 모르고 잘해봐 
라. 하는 철을 보며 대만은 오히려 의기양양하게 웃었더랬다. 분명 철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 
했으니까. 분명히 고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철만 빼놓고 어느 정도 안면을 트고 지냈던 
모든 남자애가 고백하는 것 같았다.


대만은 교실로 돌아와 책상 위로 푹 엎어졌다. 생각을 할 수록 열이 뻗쳤다. 인사 한번 한 놈 
들도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고백하러 오는데, 왜 그 녀석만!


“으아아악! 박철 바보, 개새끼!”


책상 위를 거의 뒹굴다시피 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대만을 같은 반 아이들은 이젠 익숙하다는 
듯 힐끔 보고 말았다. 속상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대만의 어깨 위로 툭.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야, 정대만.”


대만이 고개를 들어 저를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눈앞에 용의 얼굴이 보이자, 대만 
은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대만은 저와 눈높이가 비슷한 용의 어깨에 턱, 손을 얹 
고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용아, 너는 나한테 고백하고 그러지 마라.” 


“이거 완전 미친년 아냐.”


미쳤냐? 내가 돌았냐? 용이 황당해 죽겠다는 얼굴로 온갖 욕을 쏟아내도 대만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든 고백은 안 한다는 거지? 정말 다행이다. 미칠 거면 곱게 미칠 것이지, 
아오. 서로 고운 말을 주고받고 나서야 용은 대만을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오늘 학교 끝나고 박철이랑 시내 가기로 했는데 너도 온다며. 너는 무슨 여자애가 낄 데 안 
낄 데 다 끼냐.”


“응. 내 맘. 철이도 나랑 같이 노는 게 더 재밌다고 했거든?” 


“기집애 맨날 시끄럽게 떽떽거리기나 하는데 뭐가 재밌다고.”

대만은 용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혀를 죽 내밀었다. 용은 그런 대만을 상대하기를 포기했다.


“됐고, 끝나면 너 알아서 와라. 우린 바이크 타고 갈 거니까.” 


“뭐? 왜? 나 박철 뒤에 타면 되잖아.”


“박철 오늘 옆 학교 누나 만나고 온다던데.”


용의 말에 대만의 입이 떡 벌어졌다. 박철이, 누굴 만나? 입을 떡 벌린 채로 미처 어떤 말도 
하지 못하는 대만의 얼굴이 시퍼레졌다가 시뻘게졌다. 용은 그런 대만의 얼굴을 보며 웃긴다고 
웃어댔다. 대만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야, 빡철 어딨어?”


“벌써 쨌지. 학교에 있겠냐? 나도 갈 거니까 찾지 마라.”


용은 그 말을 남기고 미련 없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대만은 풀 데 없는 짜증을 어떻게 하지 못 
하고 괜히 제 책상이나 툭툭 걷어찼다. 그러다 앞자리에 앉은 친구의 걸상에 책상이 부딪히면 아 
이고, 미안. 하고 보는 사람이 더 민망할 정도로 사과를 했다.


오늘 철이 옆 학교 언니를 만난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거슬렸다. 철이가 고백을 안 하는 건 사 
실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까? 끓어오르던 것이 조금 가라앉은 대만이 자리에 앉아 울적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그런 대만이 기분을 귀신같이 알아챈 영걸이 대만에게로 다가왔다.


“대만아, 무슨 일 있냐?”


대만은 그런 영걸을 보자마자 서러운 얼굴을 했다. 말하지 않아도 대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은 영걸뿐이었다. 대만은 영걸을 붙들고 서러움을 토해냈다.


“그래서 용이가 나보고 알아서 오라는 거 있지? 철이는 옆 학교 누난지 뭔지 만난다고 하고! 
걔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러냐?”


대만의 말을 들은 영걸은 그러게. 용이가 잘못했네. 하고 오늘 시내로는 제 바이크를 타고 가 
자며 대만을 달랬다. 영걸이 제시한 대안이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혼자 가는 것보다 
는 나았다. 혼자는 심심하니까.


대만은 학교가 끝날 때까지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어떻게 철에게 고백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용이 매번 철과 제가 함께 있는 걸 보고는 니네 사귀지! 하고 고래고래 소리 
를 질러댈 때도 철은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철은 학교 안에서도 대만을 제외한 다른 여 
자애들과는 조금도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이렇게 해놓고 날 좋아하는 게 아니면 박철은 유죄야. 


대만은 이미 제멋대로 결론을 내렸다.


철이 이래 봬도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편이니까, 분명히! 부끄러워서 제게 먼저 고백하지 못 
하는 것이 분명했다. 같은 반 여자애들과 그런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럼 내가 먼 
저 고백해버리면 안돼? 하는 대만에게 애들은 절대로 안 된다며 뜯어말렸다. 고백은 먼저 하는사람이 지는 거라나 뭐라나.

그러니 대만은 무슨 수를 쓰든 철에게 고백을 듣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방과 후, 대만은 영걸의 바이크 뒷자리에 올라타 시내로 향했다. 박철 딱 기다려. 박박 이를 
갈아대던 대만은 철을 보자마자 와다다 철에게로 달려갔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기대 서서 담배 
를 태우던 철은 그런 대만에 대만의 반대편으로 담배 연기를 불어냈다.


“야, 박철!”


“왜 또 그렇게 화가 났냐.”


대만은 제 허리에 양손을 척, 올리고 철을 노려봤다. 그 모습이 꽤나 깜찍해서 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물고 있던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아올렸다. 대만이 없을 때는 철이 담배를 피우 
건 말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교복 입은 여학생 하나가 그 앞에 서서 땍땍대고 있으니 
아무래도 눈에 띄는 듯했다.


“너, 옆 학교 누나 만났다며!” 


“김용이 그랬냐.”


철이 짧아진 담배를 밟아 끄며 제 옆에서 담배를 물고 있던 용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용은 슬 
쩍 그런 철의 시선을 피했다.


“만나긴 했잖아.”


“내가 먼저 만나러 간 적 없다.”


어쨌든 만나긴 했다는 듯한 뉘앙스의 말에 대만이 도끼눈을 떴다.


“그 언니 전에 봤던 그 가슴 짱 큰 그 언니 맞지? 철이 너, 가슴 큰 여자 좋아해?”


철은 담배가 말렸다. 대만은 그런 철의 속은 전혀 모른 채 철의 대답을 추궁했다. 철은 한숨을 
한 번 푹 내쉬고 결국 대만의 질문에 답해야 했다. 대만은 답이 돌아올 때까지 그 앞에 그렇게 
서 있을 셈인 것처럼 보였다.


“별생각 없다.” 


“그래?”


대만은 만족한 얼굴로 철의 팔에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가자! 하고 어디론가 향하려는 대만을 
용이 붙잡았다.


“야, 어디가? 오늘 철이랑 바이크 용품점 가려고 만난 거라니까.” 


“나중에 가면 되잖아. 철이 오늘 나랑 노래방 갈 건데?”


철은 입을 닫은 채로 잔뜩 짜증이 난 용의 얼굴과 이제야 겨우 화가 가라앉은 대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제 팔을 잡은 대만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철의 시선은 결국 용에게 멎었다. 


“영걸이랑 가라.”


뒤에서 용이 야, 박철!! 하고 철을 불러대는데도 철은 들은 체 만 체 대만이 이끄는 대로 묵묵 
히 걸어갈 뿐이었다. 대만의 기분은 말 그대로 최고조에 달했다. 흥, 이런데도 네가 날 안 좋아 
해? 철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만은 오늘 철을 데리고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 
래를 부르고 마지막으로 원더걸스의 ‘이 바보’를 불러줄 셈이었다. 그리고 캔모아에 가서 흔들그 
네 자리에 앉아 파르페를 먹으며 철의 마음을 떠봐야지.


대만은 철의 팔을 잡아끌어 노래방으로 향했다. 철은 노래방에서도 좀처럼 노래를 부르는 법이 
없었다. 대만은 철의 그런 무게 있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노래방에서 오직 철 한 사람 
만을 위한 대만의 단독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대만은 들어가자마자 신나는 노래를 잔뜩 예약했다. 어차피 철은 노래를 부르지 않을 테니 철 
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대만은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락유빠쎄! 하고 철에게 
마이크를 넘겨봐도 철은 그저 멀뚱멀뚱 그런 대만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철은 혼자 신나 
게 춤추고 노래하는 대만을 보며 종종 미소 짓곤 했다. 그런 철의 표정을 볼 때면 대만은 괜히 
더 우쭐하게 노래를 불렀다. 계획대로 마지막에는 ‘이 바보’도 불렀다.


“야, 철아. 나 걸그룹 해도 되겠지.”


노래방을 나오면서 대만이 철에게 씩 웃어 보였다. 철이 대만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얼굴을 
막 써서 그렇지 오목조목 안 예쁜 데가 없는 대만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 
다.


“걸그룹 하려면 이제 나 같은 놈이랑은 못 만나겠네.” 


철의 그 말에 대만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걸그룹 안 해야겠다.”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장래 희망이 사라졌다. 철은 그런 대만을 물끄러미 쳐 
다보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아치문을 지나 캔모아에 입성했다. 자리를 둘러보던 대만의 아랫입 
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그네 자리가 없네.”


대만의 말에 철도 캔모아 내부를 훑어봤다. 그러다 우연히 그네 자리에 앉아있는 여자 둘과 눈 
이 마주쳤다. 여자 둘이 이쪽을 보며 뭔가 속닥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그 모습을 발 
견한 대만이 신이 나 철을 끌고 그 자리로 달려갔다.


“우와, 철아! 우리 진짜 운이 좋은가보다.”


얼른 그네 자리에 앉아서 발을 굴러대는 대만을 보며 철은 작게 웃었다. 대만은 초코와 딸기 
중에 어떤 파르페를 먹을지 신중하게 고민에 빠졌다. 결국 대만은 네가 초코 먹고 내가 딸기 먹 
으면 되겠다! 우리 나눠 먹자! 하고 고민을 끝냈다. 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주문은 이미 끝나 있었다.
대만은 파르페 두 개를 제 앞에다 놓고 한 입씩 떠먹으며 신나게 발을 굴렀다. 그러다 문득 옆 
의 철을 보며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 즐거움과 긴장으로의 변화가 너무 커서 철도 대만이 뭔 
가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 철은 무슨 얘기든 한 번 해보라는 듯 대만을 바라봤 
다. 대만은 다시 파르페로 시선을 고정했다. 파르페를 떠먹지는 않고 아이스크림을 쿡쿡 찔러대 
며 아랫입술을 내밀어 대더니 입을 열었다.


“나 오늘 옆 반 애한테 고백받았다.” 


“용이한테 들었다.”


무덤덤한 그 반응에 대만이 옆에 앉은 철을 미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게 다야?”


“…….”


철은 진심으로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대만을 바라봤다. 대만은 그런 철을 보 
며 입술을 댓 발 내밀었다.


“내가 고백을 몇 번이나 받았는 줄 알아?” 


“열 번인가.”


단번에 정답을 말하는 철에 대만은 더 속이 터졌다. 알면서 지금 이러고 있단 말이야? 알면 너 
도 고백을 하란 말이야! 대만은 철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 상상을 했다.


“그거 때문이라던데. 그… 무슨 바보인가.” 


“이 바보! 내가 오늘도 불러줬잖아. 바보야!”


결국 대만은 멱살만 잡아 흔들지 않았다 뿐이지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철은 영문 모를 얼굴 
로 대만을 바라봤다. 결국 대만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철의 가슴팍을 퍽퍽 때리며 속상 
함을 토로했다.


“너 빼고 다 고백했다고! 너는 왜 안 하는데? 너 나 좋아하잖아!”


대만의 커다란 목소리가 캔모아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앉아있던 사람들이 죄다 이쪽을 
힐끔댔다. 대만은 그런 시선은 전혀 모른 채 철을 보며 씩씩대고 있었다. 그런데, 대만의 말을 
들은 철의 얼굴이 더 가관이었다. 원체 표정 변화가 없는 철이건만, 대만의 그 말에 철의 미간이 
잔뜩 찌푸러들어있었다. 그 얼굴에 대만의 속상함과 억울함은 배로 커졌다.


“너… 진짜 나 안 좋아해……?”


대만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철이 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앞으로 어떻게 철의 얼굴 
을 봐야 한단 말인가. 진짜로 이게 다 내 착각이었다고? 대만은 거의 울상을 하고 철을 바라봤 
다. 철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머리를 긁다 대만을 보며 입을 열었다.“…대만아. 우리 사귀고 있는 거 아니었냐.” 
“어……?”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철은 수학여행에서 대만이 뭔 장기 자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 
학여행 같은 거 알 바 아니었지만, 대만의 그 장기 자랑은 한번 보고 싶긴 했다. 철은 끝내 수학 
여행은 신청하지 않았지만, 대만이 장기 자랑을 한다는 그날 밤, 대만이 있을 숙소로 향했다. 영 
걸로부터 숙소의 위치와 숙소 안에서 장기 자랑이 이루어지는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정보를 받았 
다. 철은 처음부터 대만의 무대만 조용히 보고 갈 예정이었다. 장기 자랑이 진행되는 대강당 문 
을 열자마자 선생님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타이밍도 딱 좋았다. 영걸에게서 이제 대만이 차례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철은 마침 숙소에 
도착한 참이었다. 지하 1층에 있는 대강당에 도착한 철은 강당 문을 밀어 열었다. 어두운 틈을 
타 문 근처 구석 자리를 살펴보다 거기에 서 있던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수학여행 
을 신청하지도 않은 녀석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을 본 선생님은 놀라 철에게로 달려왔다. 평소 출 
석 상태도 좋지 않은 철을 발견한 선생님은 곧바로 철을 붙들고 시끄러운 강당 밖으로 데리고 
나가 일대일 면담을 진행했다. 철은 그 덕에 결국 대만의 장기 자랑 무대를 보지 못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대만이 얼굴이라도 보고 가라는 영걸의 말에 철은 대만에게 전화를 걸었다.


―철아! 너 내 장기 자랑 봤냐아? 


“아니. 못 봤는데.”


어딘가 이상하게 늘어지는 대만의 말꼬리에 철은 인상을 찌푸렸다. 


“술 마셨냐.”


―애들이 가져와서 쪼오끔 마셨찌이. 쌤한텐 비이밀.


헤헤헤. 해맑은 웃음소리에 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만은 그런 철의 한숨 소리를 들은 건지 
쓰읍! 하고 잔소리를 쏟아냈다.


―너어. 나 오늘 고백받은 거 알어? 내가 좋대애. 오늘 장기 자랑 보구. 


“…그래서.”


―당연히 안받아줬지이! 너 고백하라고 부른 건데. 괜히 이상한 놈한테 고백받았잖아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철은 머리가 어지러워 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철은 선생님 눈을 피해 숙소로 올라가 대만을 
만났다. 대만에게서는 술 냄새가 훅 풍겨왔다. 대만은 철을 보자마자 철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 
다. 대체 얼마나 마신 건지. 철이 대만이 단발머리를 귀 옆으로 넘겨줬다.


“박처얼. 너는 내가 노래하는 거 보지도 않구우.” 


“너 아까 전화로 무슨 소리 했는지 기억은 나냐.”“고백받은 거어? 너나 하라니까안.”


철이 머리를 짚었다. 여기가 멀리 떨어진 타지가 아니었다면 당장 대만을 데려다 집에 데려다 
줬겠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도 없었다. 철은 대만을 다시 방으로 데려다주려 대만의 손목을 쥐었 
다. 대만은 그런 철의 손을 뿌리쳤다.


“손잡으려면 고백부터 해.”


하. 철은 그런 대만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너 나 좋아하잖아.”


술에 취한 주제에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저를 쳐다보는 그 눈이 제법 진지했다. 내가 저 좋아 
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철은 제게 고백을 듣기 위해 했다는 그 무대가 제법 궁금해졌다. 이미 
놓친 무대보다는 눈앞의 대만이 먼저였다.


“너 진짜 후회 안 하냐.” 


“내가 왜?”


전혀 잃을 것 없다는 듯 당당한 그 태도에 철이 대만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번에도 손을 뿌리 
치려는 대만에 철은 손아귀에 힘을 줘 대만의 손을 더욱 꼭 붙들었다.


“고백하고 잡으라며. 좋아한다, 정대만.”


대만은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 비죽 나왔던 입술도 집어넣고 해맑게 웃었다. 철은 그런 대만을 
데리고 대만의 방으로 데려다줬다. 대만은 가는 내내 그럼 이제 오늘부터 1일! 하며 검지손가락 
을 들어 보였다.


그렇게 당장 고백하라며 철을 달달 볶아놓고, 오늘부터 1일이라고 천사같이 웃었으면서. 대만 
이 그날의 일을 완전히 잊었을 줄이야. 사건의 전말을 전부 알아버린 대만의 얼굴이 홍당무가 됐 
다. 철은 그런 대만의 모습이 제법 귀여워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그럼 말을 하지!” 


“이제 만족하냐.”


만족하냐는 철의 물음에 대만은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듯 입술을 삐죽였다. 철은 그런 대만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대만은 그런 철의 얼굴을 보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지금이 여름이니까, 수학여행을 다녀온 지도 거의 2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철과 대만이 사귄 기간―물론 대만은 몰랐지만―도 2달이 다 됐다는 얘긴데. 대만은 여전히 입술 
을 비죽대며 제 옆에 앉은 철을 올려다봤다. 마른침을 한 번 삼켜낸 대만이 눈을 꾹 감고 철의 
뺨을 향해 돌진했다.


“우리 사귀는 사이니까, 이런 거 해도 되잖아.”철은 놀란 얼굴로 대만의 입술이 닿은 제 뺨을 쓸었다. 두 달 동안 혼자 이어온 연애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날 두 사람은 파르페 두 개를 나눠 먹고, 서로 손을 꼭 맞잡고 돌아갔다. 

18세 여고생 정대만의
고백받기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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